※스크롤 압박 주의※
※편의를 위해(?) 중간 중간에 page 수를 따로 덧 붙였습니다. 원래는 다른 방법을 쓰려 했지만.. 다음 기회에※
가장 오래된 기억은, 기억은 무엇을 의미할까.
[ Chapter. 1, 현실이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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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Page. ]
[ ……. 마지막. ]
[ 혼탁한 연기에 가려진 순수한 달빛. ]
깊은 굴 속, 컴컴한 지하. 지상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자연의 또 다른 장엄한 광경. 이라고 하고 싶지만, 어째선지 땅에는 뭔지 모를 보석이나 금화, 신비한 금속 쪼가리 등등. 이상한 물건들이 굴러다닌다. 거기에다, 수 많은 인파, 병사들까지 이 곳에 있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설치해둔 적절한 밝기의 조명이 내부를 비추고 있다. 이런 것 말고, 정말 일반적인 동굴 탐사 같은 경우라면, 자연의 절경을 맛보고, 모험의 긴장을 즐기면서 감탄사라도 나오겠지만…….
이 수많은 사람들, 병력들이 바라보는 정면엔, 거대한 굴 만큼이나, 거대한 문이 자리를 잡고, 마치 땅에 박혀있는 벽처럼, 굳건하게 서있는 문. 재질이 뭔진 모르겠지만, 쉽사리 열릴 것 같지도 않은 규모인데다, 많은 인부들이 열심히 작업하는 걸로 보아선 아주 단단히 잠궈진 상태인 것 같다.
인공적인 조명이 비춘다지만, 컴컴한 굴 속이다. 이런 곳에서 험한 일을 하다 보면 분명 입에서 여러 좋지 않은 소리들이 튀어 나올 법 한데도 불과하고, 인부들은 모두 묵묵히 할 일만 하는데다, 연장들이 움직이는 소리와, 기합만 간간히 들려오는걸 보아선 작업에 착수한지 시간이 꽤 오래 되었거나, 아니면 정말로 엄한 규율로 통제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고생하며 뚫고 온 길을 뒤 돌아 보자면, 정확히 어디가 맞는 길이고, 어디가 막힌 길인지도 모르게 길이 꼬여있고, 막혀있는 벽인데도 문이 달려있던 경우도 있고, 그 외에 이미 먼저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제 역할을 끝낸 엄청 두꺼운 문들이 보인다. 아마 이 굴은 지하 미궁, 흔히 얘기하는 던전 인 것 같다.
하지만 막상 괴수의 시체는 보이지도 않는데다, 사람이 살던 흔적이 더 많이 보이고. 의외로 편의 시설도 꽤 갖춰져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투입된 상당한 인력, 즉. 병사들의 편의 시설로 이용되고 있지만…….
그런데 잠깐 주목할 점이 있다. 문 앞에 서있는 중대 급 규모의 병력은, 지휘관(아마도 귀족이겠지.) 몇 명과 마법사 몇 명 등, 좀 특별한 분들 외에도, 일반적인 병사들로 편성되어있다. 여기까진 일반적인 편성인데, 이들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는 모두 철로 만들어 졌고, 검보다는 창을 든 병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심지어 궁병들 조차 2인 1조로 운용하게끔 만들어진 철제 중형 십자 궁을 들고 있는 것. 화살은 촉은 물론, 대까지 철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날개까지도 철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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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시무시한 장비들이, 순수한 ‘철’로 만든 것인지, 다른 ‘신비한’첨가물이 들어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병사들까지 금속(철인지 모르니까.)제 사슬 갑옷으로 무장시킨 것을 보면, 기동력 위주의 전투가 아닌, 포위나 제압을 위한 전투를 대비한 것 같다.
그리고 열심히 문과 길을 뚫는 공병들을 보면, 다루고 있는 장비들이 심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상에서부터 거의 무한정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화약과 폭약을 주로, 곡괭이나 삽 등의 온갖 생활 연장까지. 아마 이 상태로 반 개월만 더 뚫는다면 지도는 물론이고, 새 도시까지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아예 지형이 변할지도 모를 일이고.
화약을 다룬다는 것은 그다지 신비한 일이 아니다. 이미 300여 년 전부터, 몇몇 도시부터 왕국까지, 적절히 자기네들 입맛대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화약은 정확히는 열매의 일종이다. 몇몇 산맥에서 특징적으로, 특히 황무지나 다름없는 판트리온 산맥에서 제일 많은 수가 발견된 이 나무와 열매들은 참으로 흥미 있는 연구대상이 되었다.
자라기는 주위에 있는 다른 나무와 별 차이 없게 자라지만, 열매를 사시 사철 어느 때나, 1-2주 정도의 짧은 시간 만에 맺는 것과, 주위 기후가 건조하면 할수록 열매가 많이 나오는 것도 특징이다. 크기는 대략 어른 주먹 세 개 만한 이 열매는 간단하게 나누면, 두꺼운 껍질과, 원형의 씨앗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정확히는 씨앗도 양분 공급과 보호를 위한 별도 껍질이 있다.), 두꺼운 껍질이 땅에 떨어 질 때, 갖은 조건이 맞아 들면 자연적으로 발화, 혹은 폭파하여 주위의 땅을 파헤치고, 속의 씨앗만을 땅으로 밀어 넣는다.
이런 사악한(?)특징들 덕분에, 발견 초기에는 악마의 나무라던가 하는 부정적인 이름도 붙었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자국의 국민들이 다치는걸 원치 않았기에 안내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일부의 마법사들은 이 나무를 통해 실험도 했던 것 같고, 이 나무를 이용해 화재 다발 지역의 원일을 밝혀내기도 했다.
어쨌거나 과육이나 과즙 따위 존재하지 않는 열매인데다, 껍질을 까다가 황천 건너기가 일순간 이였기에 대부분 그냥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온갖 가난과 압력에서 쫓겨나온 다량의 이주민들이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대륙의 북동쪽에 있는 판트리온 산맥까지 쫓겨나오게 되자, 상황은 변하게 된다.
판트리온 산맥은 대륙의 북동쪽에 존재하는 낮은 산들로 이루어진 산맥이다. 제일 높은 봉우리도 고작 400~500m 밖에 하지 않고 평균 고도는 거의 200m에 가깝다, 산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뭔가 모자란 언덕끼리 뭉쳐진 산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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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굳이 산맥이라 칭하는 이유는, 세상의 끝, ‘대 장벽’과 굉장히 가깝게 위치한 지리적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산맥을 넘어가면, 대략 3일정도 걸어가면 풀이란 풀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데다, 더 나아가면 갈수록 점점 뼈를 직접 베는듯한 칼 바람을 만나게 되는데다, 흙이란 개념은 이미 존재하지 않고 빙판길만 보이게 된다, 그나마 이런 빙판길도 곳곳에 도랑이 존재한다. 도랑들조차 그 깊이와 넓이는 제각기 다른데다, 눈보라까지 몰아치는 날에는 시야까지 가려지게 되니, 말 그대로 ‘아무도 모르게’이 세상에서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산맥을 넘어가고 만나는 평지와 빙판길은 다들 세상의 끝이라 부르고 있다.
‘대 장벽’은 이 험한 빙판길 끝에 있다고 알려진 일종의 거대한 봉인 막의 일부를 지칭한다. 물론 이마저도 실제 존재하는지는 모른다. 누구도 끝까지 다다른 적이 없기에 단지 소문만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다. 어떤 문헌에서는 이 대 장벽을 넘어간다면 이 대륙을, 이 하늘을 떠날 수 있다고도 한다.
따라서 이 판트리온 산맥 일대는 일 년의 대부분이 서늘하기 짝이 없다. 오직 여름의 낮에만, 따뜻한 햇살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밤에는 산맥의 밖에서부터 넘어오는 냉풍에 의해 또다시 급격하게 내려가게 된다. 그렇다고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산맥의 바깥쪽이 아닌 안쪽으로는 의외로 농작물도 꽤 자라는데다, 무엇보다 사람을 위협하는 괴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위에 언급한 나무가 더 무섭다.
이런 곳까지 피난을 올 정도라면, 얼마나 상황이 안 좋은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이렇게 멀리까지 나오면 대부분의 영지에선 추적조차 포기하게 된다. 그러니 어떤 의미로는 완벽한 자유의 땅이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험한 지방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 보이지 않는 동물들을 사냥하여 얻은 가죽들과, 본격적인 작물의 재배를 통해 남은 각종 잎 이라던지 등등을 이용하여 옷을 만들고, 산맥 주변의 목재와 간간히 보이는 석재를 이용해 집을 짓고. 매서운 밤을 버티기 위하여, 궁여지책으로 나무의 열매를 사용하기 시작한 게 화약 사용의 시초가 된다. 굉장히 위험한 열매를 어떻게 다뤘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말이다. 보나마나 초창기엔 열매를 옮기다가도 많은 사람이 세상과 작별을 고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한정으로 보급되어 들어오는 화약과 더 발전된 폭약들, 문 하나에만 집중된 중대 급 강제 진압 병력 등등. 이렇게나 많은 금전을 고작 굴 하나에 퍼 부을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얼마나 잘 살아야 할까? 참고로 저 병사들과 장교, 마법사나 인부들은 모두 통일된 하나의 인장을 어딘가에 갖고 있었다. 병사들의 경우 방패나 갑옷의 중앙에. 인부들은 별도의 완장 이라던지, 장교나 마법사들도 집안이나 자신의 문양보다도 더 잘 돋보이게 칠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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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무슨 연합이거나 동맹군으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문양의 구조를 보면 오히려 하나의 대 제국으로 볼 수 있고, 이 동굴이 위치한 곳이 판트리온 산맥이란 것과, 이 산맥을 장악한 나라가 현재 하나의 대 제국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답은 하나가 된다.
자고로 이러한 병력을 대등한 수색 및 섬멸이 가능한 상황은 많지 않다. 이렇게나 많은 병력을 빼면, 국가의 심각한 병력 난을 초래할 수 있는데다, 주변국의 침입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고, 또한 병력을 움직이게 되면 들어가는 금전들은 모두 귀족과 일부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당장에 돈주머니와 권력을 잡고 있는 실세들이 이 기회를 틈타 반역을 일으켜버리면 아무리 대 제국이라 하더라도 끝장나기 마련이다.
결국, 이런 상황이 준비되려면, 대외적으로는 강력한 무력이나 정치수단으로 주변국을 완전히 압도한 상태여야 하며,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하지 않은 상태여야 하고. 내부적으론 절대적인 권력이 유지되어야 하며, 반란과 폭동이 일어나지 않게 체계적인 내정을 꾸려야 한다.
지리적인 조건에 부합되고, 문양으로 증명할 수 있는 이 나라는, 영광과 힘, 그리고 예절의 대 제국, 밀란이다. 전체 역사가 100년 남짓한 이 신생 대 제국은 원래 대륙의 동쪽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왕국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안정된 왕국인데다, 절묘한 정치 수단을 통하여 자국의 안전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나라 자체의 병력도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한테도 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며, 다양한 괴수 토벌을 통해 실력을 쌓은 병력들이 있다.
또한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았기에, 각 계층간 차별 또한 별로 없었다. 일부 귀족들은 오히려 일반 시민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단지 돈이 좀 더 많고, 호칭이 추가될 뿐. 그래도 알게 모르게 충돌은 일어나기 마련이었기에, 이를 엄중하게 다루고자 각 계층이 모여 법전을 만들어 나라의 기초로 삼기도 했다. 거기에 우수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다 방면으로도 노력을 많이 하였다.
자그마한 왕국이 운도 좋게 유지되고 있을 무렵, 또 한번의 대규모의 대륙 전쟁이 발발하게 되고, 이 왕국도 멸망의 위기에 닥쳐 왔을 때 마침 누군가의 절대적인 도움으로 인해 황폐화 되가는 다른 나라들을 짓밟고 정복하여, 현재의 대 제국이 되었다. 한 순간에 지배하는 영토가 늘어난 만큼, 정작 관리할 인원과 병력은 없고 땅만 넓은 약소국으로 취급 받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전쟁이 끝나고 각 국이 안정 되갈 무렵엔 이미 그 누구도 침략할 수 없는 진정한 대 제국이 되어있었다. 절묘한 정치 수단은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강압적인 수단으로 변했고, 체계적으로 훈련 받은 병사들은 전후, 당당히 출세하여 제국에 대한 절대적인 맹세와 충성을 다시금 하였으며, 갑작스레 덩치가 커진 과거의 귀족세력은, 자진하여 영지를 황제에게 헌납하여 새로운 충성을 맹세하고, 그 보답으로 오히려 더 큰 영지를 하사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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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왕과 귀족, 시민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법전은, 또다시 각 계층이 모여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보다 더 공평하고, 보다 더 엄격한, 제국의 위용이 느껴지는 법전이 되었고, 이전부터 별 차이 없는 각 계층간의 차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외부적으로든 내부적으로든 천하에 둘도 없을 강력한 힘과 부의 상징이 되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란 것이 유일한 문제점이다. 게다가 지금 이렇게 허구한날 제국의 피 같은 예산을 퍼부어가며 파고 있는 굴 또한 그 ‘누군가’의 꾀임으로 인해 파는 것이다.
사실, 이전부터. 즉 대 제국이 성립되기 전부터. ‘누군가’는 계속하여 이 굴을 파게끔 했었다. 중요 인사가 죽어나가는 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고, 황제를 향한 직접적인 협박은 오히려 일상의 일부였다. 단지 기나 긴 협상과 타협 끝에서야 나라가 내외적으로 안정된 지금 파기로 한 것.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굴을 파는 것에 반대하였고, 황제 또한 반대한 건 사실이다. 판트리온 산맥은 이 대 제국이 가장 마지막으로 점령한 영토이며, 가장 세심한 작전을 통해 진격한 영토이다.
왜냐, 판트리온 산맥은 위에 언급한 나무 외에도, 구전되어 내려오는 가공할만한 전설들도 있는데다가, 점령해봐야 하등 쓸모 없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전설로는 이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나서, 오랜 세월이 지나 대 전쟁이 발발하였을 때. 이 산맥까지 진격해온 부대가 있었는데, 이 부대는 그 동안 전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공포심, 욕망 등이 극한까지 다다라서, 성벽조차 없는 자그마한 부락을 보곤 앞 뒤 가리지 않고 진격을 해왔다고 한다. 애초에 괴수조차 없던 마을에 자경단이 존재할 필요도 없었고, 다들 어렵긴 마찬가지에 도둑도 없었으니 도저히 저항할 수 없고, 모두가 칼의 붉은 이슬이 될 위기에 처했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 이런 존망(存亡)의 위기가 닥쳐왔을 무렵, 산맥 넘어서부터, (혹자는 굴에서부터, 또 다른 사람은 하늘에서부터라고 한다.) 찬란한 빛 줄기가 쏟아져 내려, 진격해오는 병사들을 하나 하나씩, 차례 차례로 불구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빛 줄기가 하나 보일 때 마다, 잠시 후 굉음이 울려 퍼졌다고도 한다.
이 외에도, 이 이주민들이 계속 살아남아서 결국은 자그마한 도시국가를 건설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말만 좋아서 국가지, 이제야 굶지 않을 정도로 생활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고, 이주민은 계속 몰려오는 데다가, 병사 같은 건 아직도 존재하지 않았고, 있는 것은 치안 유지를 위한 자경단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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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도 참 나쁘게도, 어느 귀족령에서, 대규모의 병력이 이곳으로 진격해오게 된다. 이유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이곳을 향해 도주하기에,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건가 추적도 할 겸, 제압할 수 있는 규모라면 제압하여 영지를 확대하기 위해서.
이렇듯 또다시 국가 존망(存亡)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데, 아까와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에 한 술 더 떠서, 빛 줄기는 오히려 그 귀족령까지 다다랐다고 한다. 이 후,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두 번 다시는 그 귀족 집안의 문장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구전 전설들이지만, 몇몇 건은 문헌으로도 기록되어 있고, 이 제국 또한 진격에 진격을 거듭하면서 습득한 정보들에도 이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다. 이렇듯, 기정사실화 되어있는 전설인데 괜히 호기부리다가 제국을 날려먹을 순 없잖은가.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진 모르겠지만, 이 도시국가의 주민은 내부적인 문제가 너무나도 많았는지, 대부분의 주민들이 또다시 다른 나라로 피난을 떠나, 땅밖에 남지 않았다는 자료와 증거를 찾게 되고. 망설임 끝에 진격하여 점령하게 된다. 다행히 이 과정 중에 별 피해는 나지 않아서, 점령 반대파들과 황제는 모조리 겁쟁이라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쾅!”
아, 뭐냐. 아까부터 열심히 작업하던 과정이 드디어 끝났나 보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하늘을 덮을 것 같은 먼지가 피어 오른다. 그리고 폭발과 동시에 문은 깊은 굴 안쪽으로 넘어갔다.
“플레져 오브 윈드!, 컨트롤!”
작업이 끝나기 전 즈음부터, 주변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때우던(?) 마법사들이 다가와 먼지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정령마법 계에 기반을 둔 주문을 영창 하기도 하고, 순수한 자연계 주문을 영창 하기도 하고……. 역시나 제국 스케일은 뭔가 다르다. 각기 다른 학문과 계통의 마법사들을 적재 적소에 배치하는 능력 이라던지.
“서드 채리엇 중장보병대, 지금부터 이동을 준비한다. 실시!”
“이동을 준비하라, 실시!”
피곤에 지친 얼굴들이 가득히 보인다. 언제든지 쓰러져도 이상할 것이 없을 거다 분명. 작업 도중에는 경계조 이외엔 휴식을 취하고 있다곤 하지만, 그것도 완전한 휴식은 아닌 무장 상태로 휴식이니. 심지어 지휘하는 귀족과 부관도 그다지 편해 보이는 얼굴빛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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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금속들이 움직이면서 내는 마찰음은 피곤한 현실을 더더욱 피곤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보통 이런 작업은 위에서 교대 조를 보내주던가 해야 할 텐데 말이지. 내려오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전원 진을 갖추고, 경계하며 전진한다. 실시!”
“수색 진 경계 전진!”
부관의 쥐어짜내는 듯한 목소리에, 이동중인 병사들은 각자 제 위치를 찾아가며 진을 갖추었다. 어차피 굴 속이라 진형을 맞춰봐야 대규모 진형은 무리다. 여기서의 진형도 단지 궁병들을 중앙으로 옮겨놨을 뿐이니까.
철그렁, 철그렁. 모두가 장비한 것은 금속제 장비들. 당연히 마찰음은 계속 일어난다. 하물며 굴 속에서, 이렇게나 많이 있다면. 단순히 이동하는 것 만으로도 심신이 지칠 것이다. 다들 차마 말은 안 하지만 각자 한 두 마디 정도쯤은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부관, 전방에 갈림길이 보인다.”
“옛! 확인했습니다. 정찰조를 편성하여 보내겠습니다.”
지휘관은 망원경을 이용해 주의 깊게 살피더니 명령 아닌 명령을 내렸고, 이미 이런 상황이 너무 익숙한 건지 아니면 귀가 밝은 건지. 병사들은 알아서 준비까지 끝마쳤다. 부관이 복창을 끝마치자, 준비된 병사들은 바로 정찰에 나선다.
몇 십 분 정도 지났을까, 정찰조가 돌아오지 않자 상황이 영 좋지 않은 것을 느꼈는지, 전투 태세로 돌입하고 있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갈림길의 오른쪽에서, 아까 보낸 정찰조가 돌아왔다.
“어, 어라?”
“뭘 그리 멍청하게 서있는가!”
분명 들어가기는 왼쪽으로 들어갔는데, 나오는 건 오른쪽으로 나오니 쌍방간의 충격이 잠시 있었으나, 이미 경험했던 지휘관만이 이성을 유지하며 보고하기를 종용했다. 만약 정말 막힌 길이라면, 그들은 이 굴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아, 아닙니다!”
“험험. 마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보고를 해보도록.”
부관이 침착하게 마틴이라는 정찰조 병사 중 한 명에게 묻자, 병사는 곧 자신이 보고 듣고 온 것에 대한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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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그러니까……. 왼쪽의 길을 통해 들어갔습니다. 길을 따라서 경계 태세로 쭉 걸어갔습니다만, 특별한 위험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음, 마틴이라고 했나? 요점만 말해줄 수 있겠나?”
평소에도 이렇게 부드러운 걸까? 병사의 말이 길어 질 것을 우려한 지휘관은, 인자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일개 병사를 대상으로 지나친 친절을 베푸는 것 같다. 아까는 정신을 차리라는 의도거나, 답답함으로 인한 짜증이라거나. 뭐 넘어가자.
“죄, 죄송합니다! 후작 각하!”
“아닐세, 어찌됐거나 지금은 한시가 급하니 생략하고 요점만 말해보게나.”
인자한 웃음을 지어보는 후작 옆의 부관은 다음엔 저 녀석을 절대 정찰조가 아닌 다른 곳에 편성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왜 다른 병사 말고 이 녀석이 보고를 해서 날 짜증나게 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물론 기다리는 병사들도 마틴의 약간의 모자람에 허탈한 웃음, 혹은 짜증을 표출하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이 갈림길의 끝부분에 더욱 거대한 문이 있었습니다. 저희들이 열어보려 했지만 역시나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또한, 이 갈림길은 양쪽이 이어져 있다는 것은 방금 보셨으니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음, 그래. 수고했네. 전군! 양 갈래로 나뉘어 전진한다!”
곧 이어 부관의 세부 지시 사항이 복창되며 거의 철로 이루어지다 싶이 한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나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들은 이 던전(?)의 최 중심부까지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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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평화로운 일상에, 난데없는 괴성과 함께 엄청난 진동이 찾아온 건 별로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규칙적이지도 않고, 소리의 강약이나 진동의 강약도 다르다. 한 번은, 저 무례한 방문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물론 그 엄청난 규모에 밀려서, 상당한 몰골이 된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지금은 꼴사납게도, 도망을 준비 중이다.
“쿵!”
이제 와서 저런 소리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밖에서 나를 얼마나 싫어하길래 이렇게나 강하게 치는지, 이건 이미 노크의 정도를 넘어섰다. 실상 몇 년 전만 해도 그냥 노크한다 치고 넘어 갈 것 같았는데……. 얼마나 강하냐면, 지하 깊은 이 공동까지 오기 위해 두꺼운 문이 몇 개씩이나 있다. 그런데 내가 알기론 이 문들은 열리지 않았다……. 아니, 열려서 이렇게 크게 들리는 건가?
“쿵!”
고민하던 사이, 한 번 또다시 굉음이 울려 퍼진다. 그러니까……. 이런, 아끼던 화분이 깨져있었다. 아마도 아까의 충격일까? 그렇다고 지금 나가서 따지기엔 내 상태가 너무나도 안 좋다. 그러니까 여긴 지하고, 밀폐되었고, 몸은 아프고……. 어쨌거나, 문에 걸어놓은 경보기는 분명 고장 났을 것이다. 저렇게 쳐대기를 벌써 2주일 정도 되가는데,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가 없지…….
“쿵!!”
나에게 생각할 시간이란 없는 건가? 실제로 지금도 머리는 이렇게 쓸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몸은 알아서 할 일을 하고 있다. 아, 진짜로 따로 움직이는 건 아니고 비유하자면 그런 거고. 어쨌거나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이 공동에 울려 퍼진다. 저 놈들, 몇 년 전만 해도 나한테 벌벌 떨던 잡것들이었는데. 평소에 정리를 안 해둔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쿵!!”
떠날 준비는 절반밖에 되지 않았건만. 준비할 시간은 턱없이 모자란데다, 잔머리를 굴려보려 기계까지 동원했지만 이 녀석들은 이미 1주일 전에 저 엄청난 음파 공격에 쓰러져 버렸다. 정확히는 가동을 시작하고 하루 만에. 얼마나 급했으면 내 이빨까지 뽑아다 썼는데. 겨우 하루 만에 음파에 당했다. 초고주파 영역으로 장난이라도 치는 것일까? 어쩐지 머리도 아프고 그렇긴 한데.
“펑!”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냐. 여전히 귀는 아프고, 여전히 물건은 떨어지고, 여전히 깨질.. 깨지는 물건은 이제 없나. 어쨌거나 2주일 만에 패턴이 바뀌었다. 아마 절대로 좋은 소식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이 쓸데없는 천사들은 한마디 언급도 없고, 도움도 안주고 있고, 어쨌건 도대체 예전에 나하고 한 약속은 전부 어디다 쳐 박아 뒀는지, 계약 위반이란 것도 모르는 걸까, 하긴 이놈들은 사기꾼이다. 믿은 내가 바보지. 아니면 오히려 날 내 쫓기 위해 힘이라도 거들어 주는 중일까?
혼자 궁상 떠는 와중에, 재미난 사실을 깨달았다. 저 소리 이후 다른 굉음은 들리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청각이 완벽히 기능을 상실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꽤 큰일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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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젠장. 청각이 맛이 가버렸다. 크게 소리쳐 보았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더 잘 됐을 수도 있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단 것은, 어떠한 경고나 위험한 상황도 감지해내기 어렵다는 것과 똑같다.
단지 가끔가다 그나마 멀쩡한 물건들이 요동치는 게 보인다. 다량의 먼지와 파편을 일으키면서. 비록 다른 곳에 시선을 집중하거나 할 상황은 아니지만, 정확히는 한 눈 팔면 큰일난다. 지금도 이미 한 쪽 눈은 날아온 파편에 의해 기능을 상실했다. 문제는 어중간하게 상실되어서, 시선의 초점이 맞지 않는데다, 차단도 잘 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두 눈으로 각기 다른 곳을 보게 돼버렸다, 엄청 어지러워서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지만, 파편도 이상하게 박혀서 감을 수도 없고……. 대체 이놈들은 문을 어떻게 치면, 파편이 날아다닌다거나 할 수 있는 건지, 정말 무슨 장난질이라도 치는 건가? 팔을 통해서도 진동은 전해지지만 이 팔과 다리도 상태가 좋진 않다 보니 너무나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감지 해낸다는 게 놀랍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나마 정상적인 청각이 나갔다는 것. 하!
지금 이 몸체에서 어디가 얼마나 훼손되고 기능을 정지한지는 모르지만 조용한 곳에 있는다면 회복될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정 안되면 다른 모듈을 빼올 수도 있고. 본체도 생각해봄 직 하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사실, 서있는 것도 점점 힘들어서 작업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
“…….!”
뭔가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당연히 귀는 엄청 아프다. 아, 젠장. 차라리 안 들리면, 보다 집중이라도 할 수 있는데, 그리고 생각해보니. 청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상태가 안 좋았을 것이다. 한 쪽 눈이 손상되기 이전에도 몇 번인가 진동만 느껴지고 소리는 안 들린 적이 많으니까. 어쨌거나 이젠 준비가 다 되어간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까? 아니면 이것도 또 다른 함정일까? 그것이 문제다.
“펑!!”
청각이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얼마나 시일이 걸린 지도 모르겠고 상태는 그다지 좋은 것 같지도 않다. 단지 다시 들린다는 것이 문제. 그리고 왠지 이 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진 것 같다. 여길 떠난다는 것이, 상당히 슬프지만……. 모두가 날 거부하는 이상, 더 이상의 희망은 없어 보인다. 하물며, 신조차 신앙이 없으면 신으로서의 권능도 행사할 수 없지 않은가.
“쾅!!!”
“펑!!”
거기에 왠지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지만, 앞으로 1일 정도만 있으면 이 문들은 전부 뚫릴 것이다. 아마 문들은 가루가 됐거나, 녹아 내렸거나 그랬겠지. 추가로, 이놈들 기술이 좋아졌는지, 아니면 통로가 넓어졌던지, 굉음이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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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이 완벽히 돌아온 건 아닌지, 분명 눈으론 흔들리고, 팔과 다리에서 진동을 느꼈는데도 굉음이 들리지 않았다. 이거 정말 열 받게 하네. 차라리 전처럼 안보이고 느껴지기만 하면 모르지만, 이젠 고정된 눈에 의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이런 과정이 또 며칠은 된 것 같다. 잡생각이 늘어난 시점부터, 그만큼 초조해 하고 있는 걸까? 까짓 여기서 죽어버리면, 내 꼬인 인생도 해방인데. 꼭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제 와서 떠날 준비는 끝났지만, 왠지 모르게 고민이 되고 있다.
“그래, 이제야 그 잘난 얼굴을 보게 되는군?”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공동엔 문이 한 쪽에 여러 방향으로 나 있고, 나머진 막혀있다. 물론 위로도 막혀있고. 그런데 목소리가 들려 온다는 것은, 어제 예상한 데로. 모든 통로가 뚫렸다는 소리가 되겠다.
“몰골이 말이 아니시구먼 그래?”
온 몸은, 공동 속에서 이리저리 휘날린 온갖 먼지와, 파편에 맞은 상처, 혹은 파편투성이가 된 상태다. 뭔가를 움직인다는 것 조차 상당히 고문이지만, 이 이죽거리는 놈이 너무나도 궁금한 관계로 몸을 힘겹게 목소리가 들리는 중앙 문 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눈이 잘 안 보이기에, 정확히 누군진 모르겠다. 뭐 대충 날개가 달린 건 보이는 것 같은데 말이지.
“역시나 용은 용이라는 건가. 그것도 변.종.”
이쪽은 상태가 안 좋아서 서있는 것도 힘들단 말이지. 그런데 지금 시비까지 걸고 있다 이건가, 하긴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시비를 걸지는 모르겠다. 거기다 이 패턴은 대충 누군지 알 것 같기도 하다.
“펑!!……. 끼이이익…….”
그 바로 옆으로, 내 기준으로는 왼쪽. 내가 정성을 들여 만든 문이 뭔가에 찣겨지듯 앞으로 강렬하게 열렸다. 물론 그 반동으로 문은 경첩에서 떨어져, 난장판인 공동 바닥과 한 몸이 되어버렸다. 아, 젠장. 아까워 죽겠네.
“드디어 다 온 건가!”
“반장님! 이 앞은 공동입니다!”
“그래, 그럼 저놈이 우리 목표군!”
……. 하필이면 인간이냐? 그것도 저 인간들이 지금 다루고 있는 것은 화약. 아……. 오늘따라 담배나 술이 왜이리 당길까 정말. 여기 말고 창고엔 오래된 와인이나 그런 것들이 무더기로 있는데, 아마 저 인간들이 다 털어 갔을 거야. 내 보물들도 덤으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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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한탄하는 와중에도, 나머지 오른쪽의 문 중 하나마저 폭파되고 말았다. 이건 폭파라기 보단 괴력으로 강제 해체한 느낌이지만. 어쨌건 문짝 중 하나가 내 발 앞까지 날아왔다. 나머지 하난 내 뒤로 박혀버렸고. 피할 여력도 없어서 그저 서있을 뿐 이였는데 말이지. 이럴 땐 키가 작은 것에 감사해야 되는 걸까. 어쨌거나, 이번에 보인 것은 이종족, 그것도 미노타우르스, 알다시피 지금 눈이 정상이 아니라 저 덩치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제 그만 그 위대하신 몸을 자연에 돌려주실 때가 오신 것 같습니다만.”
그래 젠장. 이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다. 비록 이 목소리가 지금 내가 듣는 목소리랑 똑같은진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 꼬맹이가 이제 본성을 드러냈다 이거지.
“어디 한마디라도 해보시지!”
이 인간들은 내 마음을 알아주긴 하는 건지, 득의 양양한 지도자의 외침을 필두로 뒤에 슬슬 병력이 산처럼 늘어나는 게. 아 물론 중앙의 이 별것도 아닌 마족놈한테 속아서 이러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미치겠군 정말. 더욱이 뒤엔 정말로 천사까지 보이고 있다. 젠장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아마 지금 내가 취급할 수 있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무장은 없을 것이다. 저 약삭빠른 것들도 그걸 아는진 모르겠지만 말로 도발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유일한 탈출구는 그 동안 설치한 이 장치. 발동 조건은 중앙에 서서, 시동어를 외치는 것뿐.
“모..두. 내가 그.렇게 싫어서 왔다는 말이지.”
발성모듈도 상태가 썩 좋진 않은가 보다. 말을 최대한 줄여야겠는걸. 천천히, 장치의 중앙 쪽으로 걸어왔다. 저것들 입장에서 볼 땐 참 웃길 거다. 한 때 충성을 바치다 못해 아주 종 노릇까지 했는데, 이젠 그 반대가 될 위기니까 말이지.
“흥! 우린 대 제국 밀런의 최정예 부대, 일류미네이션 부대다!”
“그간의 악행을 처단하러 왔다!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옆에 계신 칼 자이네 공작님이 우리에게 내려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우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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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시끄러워 죽겠네 저놈들. 결국 이용당할 뿐이란 걸 모르는 건가. 랄까 밀런은 또 어디지? 신생 제국인가. 주제에 대 제국이라는 걸 보면 아마 저 썩을 마족놈이 키워준 모양이군.
“후후, 보는 그대로. 이들은 나의 충실한 부하들이지.”
“……. 그래, 너. 잘났어…….”
“오호? 아까부터 이상했지만, 목이라도 다치셨나 보십니다 그래?”
기가 막혀서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내뱉고 나서야 이놈 말에 반응하면 내가 손해란 걸 다시 깨달았고. 여기서 오래 있을 필요 없이, 슬슬 정상화도 되가는데다가, 장치도 가동하기 시작했고. 빠져나가기만 하면 될 것 같다.
“아마, 그 잘나신 머리를 이용하셔서 뭔가 설치 하신 것 같으신데.”
“……. 안 들려…….”
무시하고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겨간다. 한 걸음. 두 걸음. 왼쪽 발은 이미 가동부가 파열돼서 기능을 안 한다. 오른발에 끌려오는 형태가 되지만, 오른발도 그다지 정상은 아니다. 따라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그거, 절대 댁의 생각대로는 작동 안 할겁니다.”
얼굴엔 만족스럽다는 미소까지 걸려있다. 그래, 나도 알아. 수작을 부려놨겠지. 그것도 계획 초기 구상 때부터. 어휴, 그냥 나 혼자 만들걸 괜히 이곳 저곳 손을 빌려놔서 일이 더 커졌어.
“그러니까, 포기하고 그 목숨. 내놓으시지.”
만연에 미소는 온데간데 없고, 마족다운 음흉하고 싸늘한 표정이 보인다. 그래. 이게 네 본 모습이다. 칼 자이네 선생.
“이 딴 고철 덩이, 어디다 쓸지. 내가 알 바 아니고. 내 목숨 취해봐야. 어디 쓸. 곳도 없는데. 편히. 보내주지? 나 지금 힘.들거든.”
“모르시는 말씀. 그 잘나신 몸은 쓸 곳이 매우 많지……. 큭큭.”
“됐고, 나 그냥 갈란다. 너네. 들도 어여 집에 가서 가정이나. 지켜, 내가 몇 천년 뒷바라지 해줬으면. 됐지. 이제 와서 다 죽어. 가는데. 뭘 하겠냐.”
“그래……왼쪽 다리 뒤로 튀어나온 구조물이라던가, 연구할 가치가 많단 말이지…….”
내 말은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 할말만 열심히 하고 있다. 이 변태……. 나를 지금 단순한 어린 시절 호기심 넘치는 고장 난 시계 취급 한다 이거군. 하긴 흥미롭긴 하겠지. 나도 겪었던 시절이니까 말이야.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쨌거나 그래서 내가 연구중인 걸 틈 타서 지상으로 기어 나왔다 이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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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저놈에 새치 혀로 뒤에서 인간들을 속여가며 조종했겠지. 정작 자기네들이 진짜로 위험할 때 구해준 은인은 잊어먹고 말이야. 그나저나 이런 잡념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좋지 않을 텐데.
“침. 이나, 닦아, 마-족 선생.”
째려보면서 톡 쏴주고 싶어도, 이미 자세가 고정이라……. 전혀 위엄도 없지만 한마디 던졌다. 인간과 이 종족들이 들어오자 자신의 날개를 숨겨버린 칼 자이네의 정체를 까발려주었다. 믿던 말던 내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서니까. 왠지 속이 시원하다.
“하하……, 이거 참 벌써 실성이라도 하신 건가 봅니다? 이 제가 마족 따위 일리 없지 않겠습니까?”
과연 살짝 효과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지며 비아냥 거리고 있었다. 덤으로 웃긴 게 뭐냐 면, 저 마족은 남 모르게 살짝 소매로 입가를 닦아 보이는 것이었다. 정말 흘린 거냐 설마.
“크하하하하하! 저 용은 아무래도 치매가 걸린 것 같습니다! 제국의 은인, 칼 자이네 공작님이 마족일리가 없잖습니까! 아하하하하하!!!”
이건 인간 쪽의 반응. 거 참……. 배를 잡고 웃고 있는데, 정말 시끄럽네. 품위도 없고 말이지. 아직 지휘관급은 오지 않은 모양인가보다. 근데 감히 날 보고 치매 걸린 용이라니. 옛날 같았으면……. 아니, 아니지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고!
서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나는 어떻게든 겨우, 중앙에 도착했다. 이보다 더 험한 일도 겪어봤지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아까도 말 했, 지만. 보,물이나, 들고, 돌아가. 더 주고 싶어도, 없어.”
사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이미 태워버리고 없었지만 말이지. 그래도 보석이나 금화 뭐 이런 건 많았으니까. 특히 와인……. 아……. 마시지도 못해본 게 많은데……. 어쨌건 나의 이런 ‘수고했으니 방해 말고 보상 받고 돌아가세요’태도는 저들을 꽤 자극한 모양이다. 아마 ‘저걸 죽이면 더 좋은 게 있을 거야’라는 심리와, ‘저놈이 모든 일의 원흉이니 저놈을 헤치자!’라는 심리……. 잠깐, 난 오히려 반대로 도와줬었는데 말이지. 뭐 어쨌거나 그들이 한 걸음 가까이 왔다.
“하하하하! 겨우 그런 것들 가지고 순순히 돌아갈 쏘냐! 듣기론, 이보다 더 한게 있다던데, 곱게 내놓거나 아니면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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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인간은, 마음에. 안 든다. 더 이상 지체할 수도, 도발도 필요 없다고 느낀 나는 그 동안 설치한 장치를 가동시킬 준비를 했다. 시동어 한번이면 모든 과정이 전 자동으로 이뤄지게 해놨는데. 방해가 이렇게 많아서야 제대로 될까 궁금해진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면서 시동어를 외쳤다.
“HELLO, WORLD!”
여러 의미로 나에게 감동을 안겨준 추억의 단어.. 아니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BYE, WORLD! 가 되겠지만 뭐 어때. 작동만 하면 되잖아? 아.. 물론 지금의 외침과 함께, 저들이 나에게 공격을 시작했다.
주위가 눈이 부셔서 센서가 타버릴 정도로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곳에서의 추억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이곳에서의 나는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이곳에서의…….
그렇게, 이젠 나오지 않을 거라 믿은 눈물을 흘리며 나는 의식의 끈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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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는 던지라고 있는겁니다. 그래서 오늘도, 무리수를 잔-뜩 던졌습니다.
자폭선언에 이어, 답 안나오는 소설 연재까지 올리게 되는군요. 딱히 여러분들 보기 좋게 나눌 생각을 안 한건 아닙니다만,
이건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죠, 왜냐면 지금 글을 작성하는 본인도 '컴이 왜캐 느려졌죠 >_<?' 를 외치고 있으니까요.
본편 연재는 좀 생각을 하면서 해야겠군요, 프롤로그가 쓸데없이 긴 것도 문제지만.
이랄까 여기서.. 주인공을 어디로 보내버리냐가 문제인데..?
예전 같으면 그냥 스토리대로 갈텐데, 지금은 그러고 싶지가 않아서 말이죠..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바라봐도,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볼 수 없단 걸 알면서도
나는 뭘 하는 걸까. 보이는 것은 오로지 굵직한 전선들과 보기 흉한 철골들, 그리고 그 위의 화려한 거리의 조명들뿐. 그나마 몇 줄기 들어올
뿐, 비춰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한창을
위를 바라보다, 조명들이 슬슬 꺼지는 게 눈에 보였다. 그래, 사람은 휴식이 필요한 거야.. 다행히 아직 구멍은 나지 않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매일같이 폐품을
분류하며 어렵게 얻은 방이었다. 아쉽게도 창문은 없지만, 혼자
살기엔 꽤 아늑한 넓이에, 문도 멀쩡히 있으니 이 정도면 정말 좋은 방이지.
신발을 한쪽에
벗어두고, 대각선으로 누워본다. 조건이 좋긴 한데 약간 좁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잡념을 하나하나 씹어가며 잠이 들어 갔다.
“……. 혹시 모르니까 반복하지…….”
으음…….
“……. 안다니까요, 거참 걱정도 많…….”
…….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같다?
“…….”
……. 꿈인가…….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아마도 칠흑 같은 어둠에, 지도가 되어주는
몇 개의 작은 천체들이 보여야 할 터인 하늘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가 보고 있는 하늘은 이런 낭만적인
단어들로 설명할 수 있는, 그런 하늘이 아니었다…….
온갖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거대한 관들이며, 전선들이 거미줄같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런 물건들을 지탱하기 위해 철제의 골조는 마치 어둠을, 언제 끊어졌는지도 모르는 전선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잊지 말아달란 듯 스파크를 튀기며 저 하늘의 별들을 따라 하고 있었다.
골조로 짜맞춰진
꾸며진 가짜 하늘은, 그 위의 또 다른 꾸며진 불 빛들을 가끔가다 내비치고 있었다. 이런 조명들은 그 색조차 변하는지라, 아래 도시의 아이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시키곤 한다.
그렇게 건장한
사내는 하늘 너머의 도시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무언가 발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내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이 도시에서 제일
보기 쉬운 것은 하늘 너머의 도시를 떠받치는 높다란 건물들과, 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거주하는 것이
허락되는 다소 높은 건물들, 그리고 오두막이나 판자집들이다. 거리에
있는 가로등은 대부분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라, 1년 내내 낮과 밤의 구분이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불’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른 필수
물품에 비해 이쪽이 더 대우 받는다.
거기에 거리 전체를
밝힐 빛도 없다 보니, 치안은 말할 것도 없이 나쁘다. 거기에
덤으로 치안을 유지할만한 기관도, 힘도 가난하고 불쌍한 아래 도시의 주민들에겐 없단거다. 그저께는 앞집 청년이 몸만 남긴 채로 발견된다거나, 어제는 저쪽
동네의 아이가 납치당하고, 오늘은 내 이웃집의 소녀가 자신의 집 앞에서 장기자랑을 하고 있다던 지 말이다. 매일 매일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이 동네에서도 몇몇
집의 문이나 벽은 구멍투성이인걸 볼 수 있을 정도니까.
그래서 이것저것 써봅니다. 결과는 다 망ㅋ했어요 지만.
글 쓰는것도 실력이고, 경험이고 그렇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하..하지만 내가 막장이라 이런말 하는게 아니야!